나는 크리스마스가 좋다. 굳이 이유를 파헤치지는 않겠다. 이유를 알게 되면 설레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작년엔 미니스톱에서 부쉬 드 노엘을 주문했다. 가족들 앞으로 예약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발이 묶여 정작 나는 못 먹었다. 올해는 그냥 내 몫으로 <오월의 종>에 가서 슈톨렌을 샀다. 거기가 맛집이라길래. 28,000원. 개비싸. 27000이었나? 잘 기억 안 나네.
슈톨렌

슈톨렌은 독일식 크리스마스 케이크다. 바게트 반죽에 아몬드 반죽 덩어리, 럼에 절인 건과일, 견과류를 넣고 구운 뒤 슈가파우더(방부제)를 듬뿍 뿌린다. 수분기가 없어서인지 상온에서 1달 넘게 보관 가능하다. 과장 좀 보태면 잼 덩어리만큼 무겁다.
재료는 최고급으로, 인력은 최소한으로! 그 돈과 시간으로 폭신한 빵을 먹느니 아몬드를 한 줌이라도 더 넣겠다. 모양? 슈가파우더 뿌리면 안 보여. 대충 말아. 호쾌함마저 느껴지는 실용주의의 끝판왕. 중산층이 좀 살았을 것 같은 나라의 음식이다.
☞만드는 법을 찾아보니 엄청난 수고가 들어가는 수도원 음식이다. 그 옛날 압착 탈수를 손으로 했으니. 금욕적인 모양새지만 귀한 재료를 아낌없이 넣었다. 아기 예수의 강보 모양이라고 부른다고.

슈톨렌은 중간을 썰어먹고, 붙여서 보관하는 식으로 크리스마스가 될 때까지 한 조각씩 먹는다고 한다. 얇은 조각이지만 생각보다 포만감이 있다. 속재료가 쫀득하니 맛있고. 여튼 만족스럽다. 2개씩 사서 크리스마스 이후까지 계속 먹으면 질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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