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완독

[삼일사]정체를 숨긴 게이머/원스토어 주식회사

낑깡9 2022. 8. 3. 22:00

후기
※스포일러 합니다. ㄹㅇ로



8권
사실 나는 하나도 특별한 존재가 아니며, 지금 겪는 모든 일이 이 세계 바깥 존재가 즐기는 콘텐츠 중 하나일 가능성을 생각한다.

13권
그 가을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무언가를 증명해 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곤 했다.

자아도 몸도 성숙하지 않았던 그 시기, 그날에, 사실 나는 내 인생에 대해 기이할 정도로 어둡고 암울한 어떤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부터 한없이 지루하고 미지근한 나날만을 살아갈 것이라는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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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글이 현신아가 죽을 자리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트롤리의 딜레마, 유성과의 관계, '가상 인류'라는 지칭, 현실세계로 나가고 싶지 않다는 정소유가 그가 죽을 명분을 만들어줬다. 삶이 특별하지 않아서 죽고 싶은 사람에게 죽음으로써 특별해지는 자리는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나? 현신아의 매력 기준은 나랑 다른 것 같다만.

<세계관>
A 세계에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그레이 아웃'이라는 질병이 번진다. 인류는 치료제 개발에 실패하고, 개개인의 생체 데이터를 서버에 업로드해 생존 가능한 시나리오가 무엇인지 시뮬레이션한다. 마침내 질병으로 멸망하지 않을 시나리오가 단 하나 남았다. B 세계의 인류는 관리자 권한으로 기술력만 빼 가려 하고, 서버에 있는 A세계의 인류는 관리자 권한 이상의 정보값을 만들어서 보안을 강화하려 한다. 서버에 접속한 B세계 출신 인플루언서 현신아는 A세계 인류의 노력을 탈취하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해 B 세계 관리자 권한을 빼앗는다.

현신아는 현실 세계로 돌아가지 않기로 했으니까 현실 세계 입장에서 보면 '그레이 아웃' 된 셈이다. 서버는 상위 차원 출신인 현신아의 '그레이 아웃'으로 지켜졌다. 이게 등가교환인가? 서버에 존재하는 가상인류의 목숨값은 현실인류와 같은가? 가상인류는 하드웨어를 빼앗겼기 때문에 착취에 저항하기 힘들어졌다. 착취가 불가능하면 현실인류가 서버를 유지할 이유가 없잖아? 유성의 히든퀘스트 이름은 '3200 파에톤의 궤적'이다. 파에톤은 태양신 헬리오스의 아들인데 7일간 세상을 밝게 불태우고 죽는다. 결국 현신아의 희생도 이 정도 무게란 뜻 아냐? 얘 그냥 죽고 싶어서 죽은 것 같은데? 비밀로 유지되고 폭로로 부서지는 세계는 잘못되었어요. 맘에 안 드는 인플루언서 협회에 어깃장을 놓고 말이지.

<멘탈리티>
스트레스 수치. 던전에 있을 때만 상승한다. 낮을수록 좋다. 정신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는 지표이다. 인간성의 증거. 스스로의 생각만으로 변동한다. 생존감각. 높으면 무모해진다. 정신의 가소성. 신념이 확고할수록 높아진다.

생존감각에 가까운 것 같다. 살겠다는 의지가 강할수록 낮고, 죽기를 희망할수록 높아지는 듯.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원하는 삶의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 멘탈리티 수치가 일정한 편이고.

그래서 자살희망자 현신아 멘탈리티를 어거지로 낮추니까 바보 됐구나. 이 녀석의 생존욕구를 높이려면 고민 없는 유토피아에 보내야 해서. 멘탈리티가 활성화된 플레이어의 스킬만 가져오기=봉인 가능한 건, 여차하면 죽을 생각 있는 플레이어에게만 패널티를 줄 수 있게 한 거고? 그러고보니 유성 멘탈리티 계속 낮아지지 않았나? 무명이 만나고 좀 살고 싶어졌구나 이 친구야 ㅠ 시스템이 가상 인류에게 가할 수 있는 제제가 스텟 이전이랑 멘탈리티 리셋이라니 어떻게 된 세계관입니까 작가님 ㅠ 그러고보니까 멘탈리티 500넘은 플레이어가 자살하러 던전 간 게 아주 초반부에 나왔지요. 이제야 눈치채다니 내가 멍청이다.

그러고보니 현신아가 주로 쓴 스킬은 멘탈리티 익스체인지였지. 스킬 한 번 쓸 때마다 생존욕구가 파도를 탔겠네. 세나가 그랬다. 무명이가 꾸역꾸역 밥 먹으러 나오는 걸 보면서 죽지는 않겠구나 싶었다고. 이 소설은 현신아 멘탈리티를 0부터 100까지 올리는 과정이었나요? 재탕할까?

<협력적>
유성 스테이터스에서 가장 웃겼던 부분. 협력적/침착함. 멘탈리티가 날뛰든 말든 협력적인 캐릭터 귀여워..

<불친절한 글>
사건이 전개될 때 일관되게 다소 비약이 있다. 단행본으로 읽다가 몇 번이나 댓글을 부르짖으며 설명충 베댓이 등장하기를 바랐다. 그 속도감이 재밌긴 한데. 현신아가 어떻게 세이프티 룸에 클리어 단서가 있다고 추정했는지 지금도 이해 안 간다. 내가 게임을 못 해서 모르는 걸까? 게임 시나리오 클리셰인가?

<소프트bl>
솔직하게 사랑을 해라! 츤데레들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