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완독

[천선란]천 개의 파랑/허블

낑깡9 2021. 12. 26. 22:00

후기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수상작
작가 1993년 생. 내 또래다.

내 공포를 푹푹 퍼서 잘 펼쳐놓은 것 같은 소설. 내가 다른 사람을 공격하기 위해 벼렸다가 손해만 날 것 같아 삼킨 말과, 나를 채찍질하던 말과, 내 현실을 파악해보고 무서워서 덮어버린 말과, 하소연을 하려다가 패배자의 변명인 것만 같아서 버린 말들이 소설 속에 흩어져 있다. 보경이도 연재도 은혜도 다 나 같아서 무섭고 또 짜증난다. 이게 세대가 공유하는 공포라면 누구를 위한 변혁일까. 작가님은 소설이 성공해서 기반을 하나 마련했으니 축하할 일이다.

소설을 읽는 방법에는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이 있다고 했지. 어릴 땐 남의 인생 구경하는 게 마냥 재밌기만 했는데, 등장인물과 내 삶의 공통점이 보일수록 소설을 즐기면서 못 보겠다. 현실도피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돼. 내게 무협지 같은 거 그만 보라고 충고하던 사람들은 작가의 말과 생각이 본인 인생의 어떤 부분과 닮았다고 생각했을까? 그딴 거 참고할 필요 없다고? 그동안 흘러간 베스트셀러들도 누군가의 삶을 대변한 것 같아서 인기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