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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왓츠]스파이더맨:노 웨이 홈/마블

낑깡9 2021. 12. 22. 22:00

관람 후기

마블이 스파이더맨을 갖고 놀다가 제 자리에 돌려놨어.

※스포일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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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것 목록>
스파이더맨 123, 닥터 스트레인지, 어벤져스 12..(?)

언제부턴가 마블 영화를 안 보게 되었다. 아마 타노스가 딸을 죽이고 자기연민하는 장면을 본 이후로. '저거 뭐하자는 새끼지? 저게 희대의 대악당이라고?' 악역이 짜증나면 히어로도 우스워 보인다.

그래도 블랙위도우랑 이번 스파이더맨은 보러 갔다. 친구가 봤대서. 마케팅이 전부인가 싶네. 히어로에 대한 호감도 있다. 앤트맨이 주인공이면 보러 안 갔을걸.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
스파이더맨은 메시지가 명확한 영화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주인공도 악당도 주제를 보여주기 위해 움직이는 도구이고 이야기는 완결된다.
스파이더맨 3에서는 주인공을 넘어 시민들의 책임의식도 보여줬던 것 같다.

※ㄹㅇ스포
노웨이홈에서 주제가 이어지는가
아니오. 적어도 내 생각엔 그렇다.
스파이더맨1 에서는 아래와 같이 스파이더맨이 자신의 힘을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은 책임을 진다.

죄: 범죄자 방관
벌: 범죄자가 삼촌을 죽임
속죄: 범죄자 잡기

그러나 노웨이홈에서는 다르다.

죄: 범죄자의 인성을 믿기
벌: 범죄자가 고모를 죽임
속죄: 범죄자 죽이기. 범죄자를 갱생시키기(?)

아다리가 맞으려면 더 멀리 봐야 한다.

죄: 편하게 대학 가려고 함
벌: 빌런이 소환되어 고모를 죽임(?!?!)
속죄: 검정고시부터 다시 치르기

이게 great power랑 무슨 관계가 있지? 이 이야기는 오로지 피터파커의 불행을 위해서 짜여진 것 같아서 불쾌한 구석이 있다.

현실 도피의 대가
어느 날 피터파커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논란 때문에 대학에 못 가게 되자 그는 대학 총장을 마주하고 설득하는 대신, 편리하게 사람들의 기억을 지우기로 한다.
그는 마법사(스트레인지)의 설명을 경청하지 않아서 죽은 빌런을 소환한다. 빌런은 원래 세계로 돌아가면 죽는다. 피터파커는 살인자가 되는 게 무서워서 빌런을 돌려보내지 않고 갱생시켜 살리기로 한다.
그는 빌런의 선의만을 믿고 아무런 안전 장치도 하지 않은 채 빌런을 감옥에서 꺼냈고, 변심한 빌런이 고모를 죽였다. (유일하게 안전장치를 한 빌런만이 고구마 없이 갱생되었다.)
메이는 유언을 남긴다. "너는 옳은 일을 했어." 외통수다.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빌런이 죽든말든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야 한다. 하지만 그러면 메이는 개죽음을 당한 거잖아. 작중 "그녀의 죽음에 의미가 있을지도 몰라"라면서 대사를 치는데, 굳이 그렇게 짚어주는 게 메이가 의미 없이 죽었다는 증거 아닐까.
피터파커는 메이의 죽음에 의미를 만들어주기 위해 빌런을 갱생시켰다. 그리고 모두의 기억에서 잊혔다. 이렇게 그는 스파이더맨이 되고 나서 얻은 것과(여자친구, 어벤져스 동료) 스파이더맨이 되기 전에 가졌던 것(가족, 절친, 고등학교 졸업장)을 모조리 잃었다.
메이와 피터파커의 목적은 빌런을 갱생시켜서 이 차원에서 제 2의 인생을 살게 하는 거였지. 갱생은 성공했지만 걔들이 결국 남았나? ㄴㄴ 돌아갔지. 그럼 죽겠네. 이미 죽었던 사람들이니까.

원래 현실 도피의 대가가 가혹하긴 하지. 그런데 고작 대학 가고 싶어서 한 선택의 대가가 너무 크지 않나. 이게 바로 멍청한 죄인 걸까? 내가 비뚤어진 사람이라 도덕과 선의의 가치를 폄하하나? 근데 결과가 개똥인걸! 오히려 조연으로 나온 마법사 스트레인지가 히어로다운 서사를 완성했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자기의 great power로 친구를 도우려다가 영영 잃었으니까.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좋았던 점
톰 홀랜드가 귀여웠다. 스파이더맨 123을 한 자리에서 봐서 설렜지. 구 빌런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었고. 거울차원 등장. 마법사 최고. 마법이 짱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