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빨래
약 한 달 전에 관람했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친척이 소개해줘서 보러갔다. 소극장 2층 시야제한석. 가격은 약 2만원이라고 들었다. 배우가 무대 2층으로 올라가면 얼굴이 안 보였다.
줄거리
서울 변두리 소시민들의 일상을 그려낸 극. 배경은 개발되지 않은 구도심인 것 같다. 주인공은 대학 휴학하고 서점 알바로 월세살이를 한다. 남주는 몽골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조연으로 집주인 할머니, 슈퍼마켓 아저씨 등등이 나온다. 돈 벌기 팍팍하고 인간관계도 팍팍하지만 해피엔딩에 가까운 열린 결말로 끝난다.
감상
관람 전 위키에서 대략적인 줄거리를 검색했는데, 로맨스가 나오는 소시민들의 일상이래서 걱정이 컸다. 나는 신파극을 정말 싫어한다. 누군가 무력하게 울고 소리지르고 진창에서 구르는 이야기를 보면 가해자보다는 피해자에 이입하게 되어서 불필요하게 시간과 감정을 낭비한 기분이 든다. 그런데 이 뮤지컬은 괜찮았다. '빨래'의 인물들은 불행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움직인다. 극을 통해 긍정적인 방향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유리한 입장
나는 '유리한 입장'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용례를 이런 식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네가 유리한 입장이 돼라 = 타인을 의도적으로 짓밟아라
너는 유리한 입장이다 = 패널티를 받아라
이 극을 통해 '유리한 입장'이라는 말을 감정 섞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저들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저것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건조기를 사고 싶어졌다. 속 좁은 나를 조금 성장시킨 뮤지컬이었다.